대형 마트와 온라인 쇼핑이 일상이 된 요즘, 전통 장터는 점점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시골 마을에서는 5일장이 열리고, 그곳에서 사람들은 물건을 사고팔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오늘은 느린 시간이 흐르는 네 곳의 특별한 마을장을 소개합니다.

1. 강릉 - 바다 내음 가득한 전통 오일장
강릉중앙시장과 강릉대도호부 오일장은 동해안 최대 규모의 전통 장터입니다. 매달 2일과 7일에 열리는 이곳은 바다에서 갓 잡아온 싱싱한 해산물이 가장 큰 자랑입니다. 오징어, 명태, 물오징어, 대구 등이 아침 일찍부터 좌판에 펼쳐지고, 상인들의 구수한 강원도 사투리가 시장을 가득 채웁니다.
장터 한편에는 강릉 특산물인 감자와 옥수수를 파는 할머니들이 자리를 잡습니다. 직접 키운 농산물을 내놓는 만큼 가격도 저렴하고 맛도 일품입니다. 특히 강릉 초당순두부 마을에서 가져온 순두부는 꼭 맛보아야 할 별미입니다. 고소한 순두부 한 모와 함께 막걸리 한 사발이면 금상첨화입니다.
장날이면 즉석 먹거리 코너가 성황을 이룹니다. 막 구운 옥수수, 호떡, 순대, 떡볶이 등 옛날 장터 음식을 맛볼 수 있습니다. 점심시간에는 시장 안 식당에서 물회, 해물탕, 아바이순대 등 강릉 향토 음식을 즐길 수 있습니다. 주말에는 더욱 붐비니 평일 오전 방문을 추천합니다.
강릉 오일장을 다 둘러본 후에는 경포대와 안목해변을 함께 둘러보기 좋습니다. 시장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어 바다 구경과 커피 한 잔의 여유까지 누릴 수 있습니다. 1박 2일 코스로 계획하면 강릉의 장터와 관광지를 모두 즐길 수 있는 알찬 여행이 됩니다.
장날: 매달 2일, 7일 / 추천 시간: 오전 8-11시 / 주차: 공영주차장 이용
2. 고성 - 산과 바다가 만나는 북쪽 장터
고성 간성 오일장은 강원도 최북단 고성군에서 열리는 전통 시장입니다. 매달 1일과 6일에 열리는 이곳은 속초와 양양 중간에 위치해 동해안 여행 코스로 들르기 좋습니다. 바다와 가까워 해산물이 풍부하고, 산간 지역이라 산나물과 버섯도 많이 나옵니다.
고성 장터의 특징은 소규모의 정겨운 분위기입니다. 대형 시장처럼 붐비지 않아 여유롭게 구경할 수 있고, 상인들과 대화를 나누기도 좋습니다. 봄에는 냉이와 달래, 가을에는 송이버섯과 표고버섯이 나와 계절의 맛을 느낄 수 있습니다. 할머니들이 직접 담근 고추장, 된장, 청국장도 인기 상품입니다.
장터 입구에는 고성 명물인 순대와 아바이순대를 파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습니다. 따끈한 국물에 순대를 말아먹으면 속이 든든해집니다. 또한 북어와 명태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많은 사람들이 한 박스씩 사갑니다. 시장 안 식당에서는 북엇국과 명태회로 점심을 해결할 수 있습니다.
고성은 DMZ 평화관광지로도 유명합니다. 장터 구경 후 통일전망대, 화진포 해변, 고성 공룡박물관을 함께 둘러보면 좋습니다. 특히 화진포는 해수욕장과 호수가 함께 있는 독특한 곳으로, 여름휴가철 가족 단위 여행객들에게 인기입니다. 고성 장날에 맞춰 방문하면 더욱 알찬 여행이 됩니다.
장날: 매달 1일, 6일 / 추천 시간: 오전 9-12시 / 연계 관광: DMZ 관광지
3. 진안 - 산골 마을의 정겨운 장터
전라북도 진안 장터는 매달 2일과 7일에 열립니다. 진안은 고원 지대에 위치해 있어 공기가 맑고 물이 좋아 농산물의 품질이 뛰어납니다. 특히 진안 홍삼과 고원 채소가 유명하며, 장날이면 인근 마을 주민들이 직접 농산물을 가져와 판매합니다.
진안 장터는 시골 정취가 물씬 풍기는 곳입니다. 할머니들이 앉아 계신 좌판에는 텃밭에서 막 뜯어온 상추, 깻잎, 고추가 놓여있고, 직접 만든 손두부와 묵도 팝니다. 흥정하는 재미가 살아있어, 상인들과 정겨운 대화를 나누며 물건을 사는 즐거움이 있습니다. 덤으로 주는 인심도 후합니다.
장터에서 꼭 먹어봐야 할 것은 진안 막걸리와 빈대떡입니다. 노점에서 즉석에서 부쳐주는 빈대떡은 바삭하고 고소하며, 시원한 막걸리 한 잔과 함께하면 그야말로 꿀맛입니다. 또한 진안 잡곡밥과 산채비빔밥을 파는 식당들도 있어 건강한 한 끼를 즐길 수 있습니다.
진안은 마이산과 운장산으로 유명한 관광지입니다. 장터 구경 후 마이산 탑사를 방문하면 신비로운 돌탑들을 볼 수 있고, 진안고원길 트레킹도 추천합니다. 가을에는 구절초 꽃밭이 장관을 이루며, 겨울에는 인근 무주 스키장과 연계해 여행할 수 있습니다. 자연과 함께하는 힐링 여행지입니다.
장날: 매달 2일, 7일 / 추천 시간: 오전 8-12시 / 특산물: 홍삼, 고원채소
4. 예천 - 낙동강변의 전통 시장
경상북도 예천 오일장은 매달 3일과 8일에 열립니다. 낙동강 상류에 위치한 예천은 예로부터 물산이 풍부했던 곳으로, 장터 역시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합니다. 예천 사과와 참기름이 특히 유명하며, 가을이면 햇사과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예천 장터는 규모가 크고 활기찬 편입니다. 농산물뿐 아니라 의류, 신발, 생활용품까지 다양한 물건이 거래됩니다. 특히 한복과 전통 의상을 파는 가게들이 많아 어르신들이 많이 찾습니다. 젊은 세대에게는 빈티지 의류와 소품을 구경하는 재미가 있습니다.
장터 먹거리로는 예천 전통 시장 국밥이 유명합니다. 뼈를 고아 만든 진한 국물에 밥을 말아먹으면 속이 든든합니다. 또한 수제 약과와 한과를 파는 가게도 있어 달콤한 간식으로 좋습니다. 시장 끝자락에는 예천 순대골목이 있어 순대와 내장탕을 맛볼 수 있습니다.
예천에는 회룡포와 삼강주막 같은 명소가 있습니다. 회룡포는 낙동강이 마을을 감싸며 흐르는 독특한 지형으로,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는 풍경이 아름답습니다. 삼강주막은 조선시대 주막을 복원한 곳으로, 전통 막걸리와 두부 요리를 맛볼 수 있습니다. 장날에 맞춰 예천을 방문하면 시장과 관광을 모두 즐길 수 있습니다.
장날: 매달 3일, 8일 / 추천 시간: 오전 9-1시 / 특산물: 사과, 참기름
느린 마을장 여행의 매력
전통 오일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파는 곳이 아닙니다. 이곳에서는 지역의 역사와 문화, 사람들의 이야기가 살아 숨 쉽니다. 할머니들의 구수한 사투리, 흥정하는 소리, 시장을 가득 채우는 음식 냄새. 이 모든 것이 모여 한국의 전통 장터 문화를 보여줍니다.
느린 마을장 여행의 매력은 여유로운 시간입니다. 대형 마트처럼 빠르게 쇼핑하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걸으며 구경하고, 상인들과 대화하며, 즉석 음식을 맛보는 것. 느림의 미학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입니다. 특히 아침 일찍 방문하면 활기찬 장터의 진짜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됩니다. 직접 농사지은 농산물을 파는 어르신들, 소규모로 장사하는 상인들에게 우리의 소비가 큰 힘이 됩니다. 장터를 방문해 물건을 사고, 식사를 하고, 지역 특산물을 구입하는 것이 곧 지역 공동체를 살리는 일입니다.
장터 여행 팁:
- 이른 아침 방문으로 신선한 물건 구매
- 현금 준비 (카드 안 되는 곳 많음)
- 장바구니나 가방 준비
- 지역 특산물과 즉석 음식 꼭 맛보기
강릉, 고성, 진안, 예천. 네 곳의 느린 마을장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음 주말, 장날에 맞춰 시골 장터로 떠나보세요.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정겨운 시골 인심과 싱싱한 먹거리를 만나는 특별한 시간이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