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정류장은 보통 떠남을 위한 장소입니다. 하지만 어떤 정류장은, 오히려 ‘멈춤’이 어울리는 공간이기도 합니다.
이 글에서는 실제 버스가 오긴 하지만 하루 몇 대밖에 다니지 않고, 사람보다 풍경이 더 오래 머무는 정류장 4곳을 소개합니다.
누구를 기다리지 않아도 좋고, 어디로 가는지도 몰라도 괜찮습니다. 그저 앉아 있기만 해도 조용히 위로가 되는 정류장들입니다.
1. 강원 홍천 두메 정류장 – 산과 풀, 그리고 바람만 남은 자리
홍천군 내면 두메리는 이름 그대로 사람보다 자연이 많은 마을입니다. 이곳에 있는 ‘두메 정류장’은 도로 끝자락에 덩그러니 놓인 파란색 정류소인데요, 차가 다니는 소리는 들리지 않고, 정류장 주변에는 논과 산, 하늘뿐입니다.
버스는 하루 3대 정도. 그마저도 타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이곳은 어느 순간부터 마을 사람들도 잘 앉지 않는 공간이 되었죠. 하지만 여행자로서 그 자리에 앉으면, 바람이 말처럼 들리는 순간을 경험하게 됩니다. 앉아 있는 동안엔 도착도, 출발도 중요하지 않게 됩니다.
- 📍 위치: 강원 홍천군 내면 광원리 두메마을 입구
- 🚌 버스: 홍천 시외버스터미널 → 광원리 방면 (하루 2~3회)
- 💡 팁: 정류장 옆 풀밭이 인기 사진 포인트. 일몰 시간 추천.
2. 전북 무주 덕유정류장 – 산 안개와 함께 멈춰 있는 공간
무주 덕유산 초입 작은 마을, 이곳의 덕유정류장은 마을회관 옆 허름한 지붕 하나와 벤치 두 개만으로 구성된 소박한 공간입니다.
이른 아침, 덕유산 능선에서 내리는 안개가 정류장 지붕 위로 조용히 흘러내리고, 산에서 나는 바람이 그 안개를 타고 앉은 사람을 스쳐 갑니다. 정류장 뒤로는 나무와 밭, 그리고 멀리 흘러가는 물소리만 들립니다. 누군가를 기다리지 않아도, 기다리는 감정 자체가 위로가 되는 정류장입니다.
- 📍 위치: 전북 무주군 설천면 삼공리 124-1
- 🚌 버스: 무주읍 출발 시 1일 5~6회
- 💡 팁: 새벽 방문 시 산책 겸 가능. 정류장 뒤 쉼터도 인기.
3. 경북 문경 김용 정류장 – 시간이 서 있는 곳
문경시 동로면 김용리는 지나가는 차량도 거의 없고, 정류장 앞 도로는 시간이 멈춘 듯 조용합니다. 이곳 정류장은 오래된 타일 벽과 전봇대 하나, 그리고 금이 간 유리창에 적힌 오래된 시간표가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버스가 오지 않아도 이곳은 앉아 있기만 해도 ‘기억의 한 페이지’처럼 느껴지는 장소입니다.
간판은 퇴색되었고, 의자 옆엔 낡은 벽보 하나가 흔들립니다. 사람 없는 그 풍경이 오히려 사람을 부릅니다.
- 📍 위치: 경북 문경시 동로면 김용길 57
- 🚌 버스: 문경터미널 → 동로면 방면 (1일 4회 미만)
- 💡 팁: 가을의 낙엽 시즌, 풍경 최고. 벽에 붙은 시조 읽어보는 것도 추천.
4. 전남 해남 삼산 정류장 – 바다가 보이는 정류장의 조용함
해남 삼산면 작은 언덕 위,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정류장 하나가 있습니다. 이 정류장은 관광지도 아니고, 지역 주민들도 자가용을 주로 쓰기 때문에 정말 ‘아무도 오지 않는’ 버스 정류장입니다.
하지만 이곳은 풍경이 버스 대신 도착합니다. 푸른 수평선, 파도 소리, 낙엽 날리는 언덕이 이 정류장을 하나의 감성 여행지로 바꾸어 놓습니다. 벚꽃이 필 때는 정류장 주변이 분홍빛으로 물들고, 겨울엔 바람만이 지나가며 의자 위에 살짝 앉았다가 갑니다.
- 📍 위치: 전남 해남군 삼산면 화산리 105-1
- 🚌 버스: 해남읍 시외버스터미널 → 삼산 방향 (하루 2~3회)
- 💡 팁: 정류장 바로 옆 전망 바위 존재 / 사진 찍기 좋음
📋 고요한 정류장 요약 비교
지역 | 정류장 | 풍경 요소 | 버스 빈도 |
---|---|---|---|
홍천 | 두메 정류장 | 논, 산, 일몰 | 1일 2~3회 |
무주 | 덕유 정류장 | 안개, 숲, 조용한 마을 | 1일 5~6회 |
문경 | 김용 정류장 | 낡은 간판, 정지된 시간 | 1일 4회 미만 |
해남 | 삼산 정류장 | 바다, 언덕, 조용함 | 1일 2~3회 |
결론: 버스보다 마음이 먼저 오는 정류장
누군가를 기다릴 필요도, 어디로 가야 할 필요도 없습니다. 이 정류장들에선 마음이 먼저 도착하고, 그저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시끄럽고 바쁜 도심의 정류장과는 달리, 아무도 오지 않을 것 같은 이 작은 공간들은 묵묵히 감정을 받아주는 ‘정류소’가 되어줍니다. 혹시, 마음속에 조용한 멈춤이 필요한 날이 있다면 이번 주말엔 이 중 한 곳에 앉아보세요. 아무도 없지만, 그 자리는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릅니다.